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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중세 유럽, 루터는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였고, 교황은 루터가 그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루터는 교황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교황청의 협박장을 공개 소각하였는데, 이를 발단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강력한 중세 가톨릭이 분열하고 다양한 종파를 형성하면서 본격화 한 종교개혁은 근대 국가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우리는 중세 유럽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타락한 종교의 모습으로, 돈이 죄를 대신할 수 없다는 역사의 사실로 배운다.
[풍경 2]
어느 학교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새학기 몇몇 학급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담임이 제시하든, 학생이 의견을 내든 ‘지각-000원, 교칙 위반 xxx-000원, 교칙 위반 △△△-000원’. 체벌이나 벌 청소로 대신하던 교칙 위반에 대한 징계를 이제는 벌금(돈)으로 대신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이 돈으로 학기말에 잔치를 한다거나 공동으로 쓴다는 취지도 곁들인다.
[풍경 3]
회사 대표가 노동자를 폭행한 ‘맷값 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물류업체 전 대표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하고 석방을 명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의 2심 재판은, 첫 공판에서 변론이 종결됐으며 재판부는 합의가 이뤄졌는데 미결구금일수가 지나치게 길어진 점 등을 고려해, 1시간 반가량 시차를 두고 바로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형사소송법상 당일에 선고하는 게 원칙이고 평소에도 재판 기일마다 1∼2건 즉일 선고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318조의4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론을 종결한 날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다.
○○○씨는 작년 10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 △△△씨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맷값‘으로 2천만원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
[풍경 4]
불과 얼마 전 유명한 그룹의 2세 경영인들이 ’골목상권 침해와 노조설립 방해‘ 등의 문제로 지난해 10월과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 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나 출석을 거부해 국회 정무위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그 뒤 재판에서 벌금형 1000만원, 1500만원을 선고 받으며, 나란히 불명예를 안게 됐다.
최근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인간의 조건 - 돈 없이 살기‘ 편을 방송했다. 과연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제목처럼 쉬운 미션은 아니었던 듯 첫 방송부터 개그맨들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되지 않은 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과제를 받게 된다.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세차를 하고, 물건을 팔고, 인형 탈을 쓰고 공연을 하고, 심지어 놀이터 모래 속에 버려진 동전을 찾아 해매기까지 한다. 미션이 마치 ’돈 벌기‘인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기는 애초에 불가능함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용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집에서 해주는 밥 먹고 다니는 학생이 무슨 용돈이 필요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IMF 이후 10대는 시장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특히 게임, 음악, 패션 등 몇몇 분야에서는 청소년들의 트렌드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으며 그 파급력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기업은 다양한 광고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이제 청소년들이 용돈으로 군것질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노는 데도 돈이 필요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가방에서 신발까지 이른바 메이커 제품도 사야 한다. 1~2년 전 고가의 아웃도어브랜드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이른바 ’등골브랜드‘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자성의 목소리 속에서 등골브랜드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긴 했으나 또 다른 메이커가 그 자리를 대신했을 뿐 지속적인 고민과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부모의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유행하는 브랜드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기죽지 않는 세상 속에서, 청소년들은 생업의 전선이 아니라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한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부산지부가 공동으로 조사한 부산지역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실태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응답자는 35.6%였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 ‘일상적인 용돈 마련’(40.9%), ‘특정 물건을 사기 위한 비용 마련’(24.2%) 순으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우리의 삶이 만족스럽고 풍요로워지고 있을까? 갖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신제품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휴대폰 6개월, 옷 1년, 피자 6개월... 끊임없는 신상품으로 우리에게 소비를 강권하는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남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소비의 욕망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용돈과 소비의 실태를 청소년(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음의 요소를 넣어 설문 조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논문으로 작성해보자. (※ 설문조사결과 등 첨부된 자료는 글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 1. 용돈 실태
- 2. 용돈의 출처(용돈 마련 방법)
- 3. 용돈 주요 사용처
- 4. 용돈의 관리(지출) 계획 정도
- 5. 기타 : 조사자의 논문 방향에 비춰 필요한 요소
만약 자신이 지금 일을 하게 된다면, 얼마를 받고 일하겠는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다. 최저임금을 청소년 최대 근무시간인 일일 7시간으로 계산하면 34,020원이고, 주당 최대 근무시간인 40시간으로 계산하면 194,400원이 된다. 아래 표는 몇 가지 상품들을 2013년 최저임금에 따른 시급 및 일급으로 환산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자신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과 아래 제시된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보자. 과연 내가 받는 임금(시간당 4,860원)은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는가? 그리고 자신의 희망임금과 실제 받게 되는 임금(시간당 4,860원)은 비슷한가 아니면 큰 차이가 있는가? 만약 차이가 있다면 자신이 희망하는 임금과 그 이유를 제시해 보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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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7,200원 |
약 1.5시간 시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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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학원비 420,000원 |
약 10.8일 일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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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899,000원 |
약 0.9개월 월급 |
왜 세상에는 가난한 자와 부자가 있을까? 근대 이전에는 빈곤을 신의 뜻으로 여기기도 했다. 또한 근대 이후에도 빈곤의 원인을 개인적 결함에서 찾는 자들은,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의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낮은 성취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개인적 원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
(가) (전략) 어느 일간지의 사회부 기자가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 동네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어떤 호화 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직업을 조사한 적이 있었답니다. 조사 결과, 이 빌라에 거주하는 150여 가구 가운데 직업이 확인된 사람은 40가구 밖에 안 되고 나머지 100여가구는 직업이 확인되지 않은 이른바 백수(즉 실업자)들이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달동네 가구 가운데 48퍼센트가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즉 가장이 혼자 일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부부가 모두 일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 강신준,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사계절, 2012), 30쪽
(나) 못된 아들
울 아빠 울 엄마는 만날 일만 한다
아빠는 가구 공장에서 목재를 나르고
엄마는 집에서 부업으로
이런저런 전자 부품을 조립한다
어쩔 땐 밤새 종이 가방도 접는다
나는 그런 아빠 엄마가
창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랑스럽지도 않다
어쩌다가 술을 한잔하신 아빠가
나를 불러 앉혀놓고는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엄마 아빠처럼 고생한다는 말을 할 때는
정말이지 짜증만 나고 듣기도 싫다
사실은 그런 말을 하는 아빠가 진짜 싫다
아빠 엄마는 밤낮으로 일을 하는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궁색할까
가족끼리 근사한 외식 한번 못하고
왜 만날 돈한테만 쩔쩔매야 할까
근사한 양복에 근사한 원피스를 입고
비까번쩍한 승용차에 어마어마하게 큰 집에 사는
아빠와 엄마를 가진 애들이 까마득 부럽다
그런 집의 아들로 내가 태어났다면 난 어땠을까
정말이지 난, 참 못된 아들이다
- 박성우, 「난 빨강」, (창비, 2010)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아래 기사에서 제시된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 비중추이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갈수록 부의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부자는 노력을 많이 하고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아 생긴 현상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래 기사와 같은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러한 사회 경제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한국 사회 ‘부 쏠림’ 갈수록 심해져 한국 사회 ‘부 쏠림’ 갈수록 심해져
상위1% 소득비중 95년 7.2%서 2010년 11.5%로 대폭 높아져
우리나라 상위 1퍼센트의 소득 비중 추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까지 7%대였으나, 2000년대 들어 급증해 2010년 12%까지 이르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의 ‘한국의 소득집중도 추이와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1995년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7.22%를 차지했으나 2010년에는 11.50%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전체 소득 비율은 미국(17.7%), 영국(14.3%), 캐나다(13.3%), 일본(9.2%), 오스트레일리아(8.8%) 등의 순으로 높았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와 견주면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캐나다보다는 낮고 일본·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높았다.
2010년 기준 상위 1%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원이었다. 소득별 구성비로 보면, 근로소득(57.4%), 사업·부동산소득(29.7%), 배당소득(9.4%), 이자소득(2.8%), 기타소득(0.6%) 등의 차례였다. 전체 소득자들 평균과 견줘보면 근로소득 비중은 낮은 반면, 사업·부동산 소득은 높았다. 또 배당소득은 전체 평균이 2.0%인 반면 상위 1%는 그 4배가 넘는 9.4%였다.
김 교수가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 등을 비교분석한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부의 편중 현상 추이를 시계열적으로 비교해 보여준 게 특징이다. 김 교수는 “2000년 이전까지는 소득 불평등이 국제적으로 보면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최근 10년간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소득 불평등도가 영미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을 데이터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2012.05.03.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1210.html
2003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상위 2퍼센트에 든 이과 학생들 5명 중 4명이 의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 학생들은 당연히 법대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적성이나 흥미가 법대나 의대에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또 한편으로 2011년도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죽은 영화 작가 최고은씨의 사례를 보면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미래는 끔찍하게 보이기도 한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기 위해서, 더 아름다운 비행을 위해 나는 갈매기처럼 우리 인생을 살 수는 없을까? 우리의 인생을 호구지책이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삶으로 바꾸려면 경제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 사회적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가족과 왕래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아온 최씨는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이웃집 문에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쪽지를 붙여 놓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6년 단편 ‘격정소나타’로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실력파. 이후 시나리오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경찰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씨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신문 2011.02.10.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210008016
(나) 만약 이 학생이 문과라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이과라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갈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부 잘하는 학생은 의학이나 법학에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일까요? (중략)
이처럼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타인이 좋다고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은 바로 상품의 숨겨진 속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 구조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그러면 상품에 숨겨진 속성이 어떤 것이기에 우리의 삶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요?
- 강신준,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사계절, 2012), 51쪽
(가) ‘맷값 폭행’ 사건을 기억하는가? 화물차 운전기사 유 씨는 몸담고 있던 회사가 모 그룹 회장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물류·유통회사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화물연대에서 탈퇴하고 이후에도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측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1인 시위를 벌여왔다. 평소 유 씨를 아니꼽게 여긴 새 회사의 대표는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유 씨를 야구 방망이로 10여 차례 내리쳤다. 그러고 나서 ’이제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고 맷값을 올린 뒤 추가로 2대 더 때리고 몸을 일으킨 유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폭행 후 회사 대표는 유 씨에게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보냈다.
이 사건은 수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사법부는 폭행 가해 당사자에게 1심에서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한 후 2심에서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사법부는 정상참작 사유로 가해자가 유 씨와 합의했고 이미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아 어느 정도 죗값을 치른 점을 들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목격하면서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돈의 가치를 다르게 느낀다면, 벌금 역시 범법자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해서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10만원이 ’껌값‘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을 일주일 동안 먹여 살리는 생계의 전부가 될 수 있다. 동일한 법을 위반해 같은 벌금형을 받는다고 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처벌이 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에게는 처벌이 전혀 안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벌금을 매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니 처벌도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 벌금형을 경제 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수벌금제‘라 불리는 벌금제도다. 범행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일수(日數)를 정하고, 피고인의 수입과 재산, 가족 등 부양의무, 최저생계비 등의 경제력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일정한 금액을 산출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나온 일수와 일정액을 곱해 최종 벌금액을 산정한다. 일수벌금제를 적용하면 재산이 각각 1000만원인 사람과 100만원인 사람이 동일한 범법 행위를 했을 때 각각 100만원과 1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1992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일수벌금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개진된 이후 여러 차례 논의가 됐고 2009년에는 ’일수벌금제도의 도입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법 정도에 따라 1일 이상 365일 이하의 벌금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재산 상태에 따라 1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1일 벌금액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확한 개인 소득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매경이코노미 2013.04.29.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
(나) #1. 전북 김제시 김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50대의 한 남자가 고개를 떨군 채 경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당뇨를 앓는 아내와 장애가 있는 두 아이를 책임진 가장이다. 폐지를 주워 얻는 30여만원의 수입으로는 가족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맨홀 뚜껑을 훔쳐 팔았던 것.
#2. 경남 창원시의 한 빌라 화장실. 30대의 남자 퀵서비스 배달원이 쓰러져 숨져 있다. 화장실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2장이 남아 있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은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힘들어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3. 광주광역시의 한 경찰서. 익명의 60대 남성이 무려 45년 전 자신의 절도행위를 반성하며 50만원을 기탁했다. 그는 45년 전 한 도서관에서 책 5권을 훔친 적이 있는데 죄책감이 든다며 돈 봉투를 민원실에 맡기고 사라졌다. 좋은 일에 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영화 ‘레미제라블’이 연상되는 사건들이다. 150년 전 불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주변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맨홀 뚜껑을 훔쳐다 고철로 팔아먹은 가장이나, 어린 딸을 먹여살리기 위해 몸까지 팔아야 했던 판틴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다. 번개탄 2장으로 목숨을 끊은 퀵서비스 배달원의 죽음에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 넘어설 수 없는 사회를 향한 개인의 원망과 절망이 녹아 있다. 장발장에게 어린 딸 코제트를 부탁하고 숨을 거둔 판틴의 모습이 겹쳐진다. 약 반세기 전의 절도행위를 되돌아보며 돈 봉투를 전한 60대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다. 그 긴 시간 동안 무겁게 억눌렸던 죄책감과 번민에서 해방되는 그의 이야기는 장발장의 그것과 흡사하다.
- 건설경제 2013.01.17. http://www.cnews.co.kr/uhtml/read.jsp
(가) (전략) 1997년부터 98년에 걸쳐 일어난 아시아, 남아메리카, 러시아 등의 통화위기나 국내의 금융위기에서는 세계화 시대의 화폐나 신용의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단기 국제자본의 유입이나 은행의 신용확대는 거품경제의 팽창을 낳고 실물경제도 일시적으로 성장시켰지만, 자본의 도피나 신용의 붕괴는 실물경제에도 심각한 손상을 끼쳤습니다. 이와 같은 세계화나 신용창조의 문제도 또한 명백해졌습니다. 우리들은 화폐를 파기할 수도, 그것을 현재처럼 멋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중략)
현존 지역통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사카아워’ ‘타임달러’ ‘LETS’ ‘WIR’ 등 네 종류로 나누어 봅니다. ‘이사카아워’는 1991년에 미국 뉴욕주 이사카에서 폴 글로버가 시작한 지폐형의 지역통화입니다. 1이사카아워는 노동 1시간, 10달러에 상당합니다. ‘타임달러’는 1986년에 에드가 칸이 고안하여, 미국 전역의 200단체, 5만명이 참가하고 있는 시간예탁제도로서, 서비스 시간을 참가자 사이에 교환하는 시스템입니다. ‘LETS’의 원형인 LETSystem은 캐나다 밴쿠버 섬의 코목스 밸리에서 마이클 린턴에 의해 창시되었습니다. 그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에서 여러개의 변종이 보급되었는데, 일괄해서 LETS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것과 거의 같은 시스템으로서, 독일이나 덴마크, 북유럽에는 ‘교환링크’, 프랑스에는 ‘SEL’이 있습니다. LETS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2,000개 이상의 지역에서 실행중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지역통화로서 가장 오래된 WIR는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1934년에 바나 찌먼과 폴 엔츠에 의해 협동조합으로서 설립되었습니다. WIR는 1936년에는 스위스 은행법에 근거하여 WIR은행으로 개조되었지만, 동시에 LETS와 같은 식의 거래도 어느 시기까지 주변적으로 행해졌습니다. 현재는 참가자가 8만명, 연간거래가 20억달러입니다. 수표형의 지역통화가 중소기업 상대 거래에 이용되고 있고, WIR은행은 저리(低利)의 융자도 하고 있습니다. (후략)
- 「녹색평론」 제65호 2002년 7-8월호, 지역통화 LETS에 대하여
(나) ‘교육통화’라는 말이 있다. 『학교 없는 사회』로 유명한 이반 일리히(Ivan Illich)가 창안한 말이다. 배움과 가르침의 능력들을 화폐처럼 교환한다는 의미다. 내가 요리를 가르쳐 주면, 누구는 수학을 가르쳐 주고, 내가 글쓰기를 가르쳐 주면 누구는 나에게 한의학을 가르쳐 주고…… 기타 등등. (중략) 서로 서로 앎의 능력들을 교환하라. 화폐라는 중간매개를 거치지 말고 곧바로! (후략)
- 고미숙,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그린비, 2010), 164~165쪽
(가) 주변에 누군가가 10년 만에 10억을 모으겠다고 한다면 그냥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달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하는 이 목표를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텐인텐(10in10ㆍ10년 10억 만들기ㆍhttp://cafe.daum.net/10in10)’ 카페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이 카페는 지난 2001년 6월에 만들어졌다. 개설된 지 10년 정도된 이 카페에 가입된 회원 수는 67만명이나 된다. (중략)
카페가 이렇게 활성화 된 것은 카페지기인 박범영씨의 철학 덕분이다. 그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합리적 소비와 투자를 10년간 실천한 뒤 지난 2008년 ‘10억원 + α’의 목표를 채웠다. 그리고 직장에 스스로 사표(명예퇴직)를 던졌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가 되지 않고 싶었어요. 경제적 자유를 갖기 위해 최소 10억원은 모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경영학을 전공한 후 꿈을 갖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직장인의 비애를 느낀 그였다. 그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월급의 70%를 저축하며 아꼈다. 처음 5년간 2억원을 모으자 재테크에도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요즘 그는 취미활동과 대학원공부, 가사전담 외에 ‘텐인텐아카데미’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는 “카페 회원수가 60만여명에 달하다 보니 경험을 나눠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개인 영리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아시아경제 2010.11.22.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112207221075123
(나) 독립을 위해 방을 보러 다니면서 서울 곳곳, 심지어 경기도 부천까지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던 때가 있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부동산을 수없이 들락날락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따지며 돌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얻은 ‘내 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이 많은 서울 신림동에 있었다. 그곳에서 1년 넘게 사는 동안, 택배 하나 맡길 곳이 없어 답답했다.
지난해 말, 이전에 활동했던 시민단체에서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로 옮기면서 독립 후 두 번째 이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나도 주민으로 어우러져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새로 일하게 된 곳의 취지에 맞게, 부유하기보다 뿌리내리고 살아보겠다는 뜻이었다.
‘독거청년’이 직장을 따라 이사 오겠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은 당장 방부터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중략)
이런저런 물품들도 입수되기 시작했다. 주변 이웃들을 만나서 “우리 집에 가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길음뉴타운 3단지 임차인대표 회장님은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적당한 중고 냉장고가 있다며 건넸다. 지역의 한 선생님은 “침대 남는 게 있는데 주민씨 주면 딱 좋겠네”라며 호의를 베풀었다. 평생 바닥에서만 지내 왔는데, 처음으로 침대생활을 해보게 됐다. 조만간 날 풀리면 냉큼 업어올 계획이다.
무엇보다 독거청년에게 중요한 건 밥과 반찬이다. 독립 후 식생활을 돌아보니, 사먹거나 인스턴트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정을 알았는지, 한 고마운 주민은 틈나는 대로 반찬을 챙겨다 줬다. 멸치볶음·콩나물무침·달걀말이·찌개류까지…. 주인집 할아버지도 각종 전·김치 등을 가져와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동네 생활협동조합 매장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푸짐하게 깍두기와 갓김치를 손에 쥐여줬다. 이런 소중한 배려로 나는 첨가물에 찌든 식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았다. 처음 독립할 땐, 밥솥·서랍·책장 등 생필품을 모두 개인의 ‘소비’로 해결하다보니 적잖은 돈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채워졌다. 이런 행운은 나만 누릴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재개발 갈등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서울 성북구에서 ‘마을 새싹’이 돋아나고 있듯, ‘뉴타운식 막개발’보다 마을 공동체 회복이 먼저라면 모두에게 충분히 가능한 행운이다.
- 시사IN 281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52
(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교환을 통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수단은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합니다. 생산수단을 구입하는 돈을 ‘자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수단을 가진 사람을 자본가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노동력의 매매는 노동력만 가진 사람과 자본을 가진 사람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노동력을 가진 사람은 자본을 갖지 못해서 혼자 힘으로는 부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별 수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해야 합니다. 개미가 손해 보는 교환을 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 강신준,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사계절, 2012), 78쪽
(나)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시간, 즉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문화생활을 위한 여가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개 도구의 발명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문명이 동물적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바로 노동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원시 사회부터 노예사회ㅡ 봉건사회로 발전해 오면서 꾸준히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는 과정을 밟아 왔습니다.
(중략) 영국의 어떤 역사학자가 지금부터 무려 800년 전인 13세기 영국 농민의 노동시간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연간 노동시간이 1,620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이 수치가 놀라운 까닭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이 모여 있는 OECD국가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1,764시간으로 더 길기 때문입니다.
- 강신준,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사계절, 2012), 9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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