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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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주제제안문. 14회 한마당 주제선정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주제제안문

청소년 돈을 말하다

올 초에 자그마한 기사 하나가 신문에 실렸다. 그 내용이 각 신문에 사설로도 대부분 실렸다. 자세히 보니 언론이 사회나 교육을 동시에 점잖게(?) 훈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사거리였다. 어느 지역의 초․중․고생 각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의 설문 결과였다. 설문 가운데 한 문항의 내용을 가지고「고교생 44% "10억 생긴다면 감옥 1년쯤이야…" 」제목을 달고 기사내용에는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고등학생의 경우 44%에 달했다. 중학생은 28%를 차지했고 초등학생 중에서도 12%나 같은 대답을」했다고 소개하면서 뒤에는「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인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적잖이 걱정하는 전망도 내어 놓았다.

앞선 신문 기사 내용은 우리 사회의 이변이 아니고 우리가 그동안 자본주의를 착실하게 수행한 결과가 아이들에게 아주 충실하게 드러난 결과이다. 그런데 왜 호들갑처럼 기사로 다룰까 생각하니 '돈은 생활에 필요지만, 부당하게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사회 구성원이나 기성세대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설문이 '다시 식민지 시대가 되면 독립 운동하다가 감옥 1년을 가겠다'고 한 내용이었다면 모든 신문이 기사를 내더라도 세태를 걱정하는 사설을 싣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 청소년들이 10억이 어느 정도 값어치를 가지는 돈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정치 이념을 민주주의라 한다. 풀어 말하면 민주 곧 '국민이 주인이다'라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는 말이다. 더하여 우리 사회의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이다. 이 또한 풀어 말하면 '자본'이 주인이고 모든 사람은 자본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자본'의 다른 이름은 '화폐'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돈'이다. 원시 경제에서 근대까지는 물물교환과 증여가 주요한 경제 행위였다. 원래 돈(화폐)은 물물교환의 불편을 덜기 위해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금화, 은화), 신용을 전제로 만든 상징물이다. 그래서 돈은 물질의 총화이고, 물질이 최정점에 다다른 후의 산물이다. 돈은 최고의 물신주의이고, 곧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신이 아닌 물질이 신인 자본주의 사회이다. 이제 돈은 더 진화하여 실체도 없이 숫자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실체도 없는 이 돈(화폐)이 우리 삶을 온통 지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 노무현 전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돈(자본) 이 시대 최고의 힘(권력)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제 돈(자본)은 걸림돌 하나 없이 명실공히 우리 시대와 사회의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전 지구의 상황에서 보면 국가간 대부분의 싸움, 갈등, 전쟁 따위, 국내의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 아직도 채 마무리하지 못한 용산 참사나 지자체 민간 투자 개발 경쟁, 모두 '돈 놓고 돈 먹기'인 야바위식 개발 경쟁의 다른 이름이다. 갈등과 분쟁의 숨겨진 깊은 곳에는 반드시 돈이 있다.

현재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자. 장면 하나, 새 정부에 장관과 장관급 후보자 몇 명이 낙마하면서 새 정부가 옹골찬 모습으로 출범하지 못했다. 장면 둘, 모두가 아는 한국의 대표 재벌 기업의 형제들이 선친이 남긴 재산을 숨겼다고 형이 동생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하였다. 물론 일반 국민은 생각지도 못할 몇 백억의 재판비용을 들여서 재판을 진행하였고 최근에야 1심 판결이 동생의 승소로 끝이 났다. 장면 셋, 직장의 재정 담당자나 재정 담당 공무원들의 몇 십억 단위의 횡령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장면 넷, 집안에 불이 나서 형과 부모가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보는 이들은 안타까웠지만 결과는 살아남은 아들이 저지른 보험 살인이었다.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난 배경의 공통점은 모두 돈이다. 예전에는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이 났다더냐'라고 했다지만 지금은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우선 순위 1번 돈.

개천에서 용나던 학교도 이제는 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학기 초에 교사가 말하기도 전에 학생들이 먼저 얘기한다. 체벌하지 말고 벌금제로 하자고 지각, 교칙위반, 모든 위반을 벌금으로 하면 해당자가 돈 내고 다른 이는 피해 없다고 하고, 더하여 그 돈으로 연말에 회식을 하잖다. 또 학교에 늦게까지 있다가 학원에 가지 않는다고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보충수업비, 특강비 방과후 학교는 학원의 다른 모습, 다른 이름이다.

맹자는 '민불환빈 환불균(民不患貧 患不均)'이라고 했다. 백성은 가난을 근심하는 게 아니라, 고르지 아니함을 근심한다는 뜻이다. 못사는 사람이 어찌 가난을 근심하지 않겠냐마는, 그보다 고르지 않은 것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없는 사람을 더욱 아프게 한다는 뜻일 터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절대 빈곤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역대 최고의 시대를 맞이했다. 예부터 '배고픈 것은 견디지만, 배 아픈 것은 못 견딘다'고 얘기한다. 돈은 돌고 돌아 돈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은 돌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돈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다른 한편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76년 초판 발행 이후 꾸준하게 사람들이 찾는 책이고, 사회 유명 인사의 단골 추천서이다. 무소유라는 말은 생존을 위한 최소의 물질 외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스님은 출판 이후 열반에 들 때까지 실천으로 '무소유'의 삶을 보여 주었다. '부자되세요'를 온갖 상점 인사말로 출입구에 붙여 놓고 TV에서 연기자가 최고 예쁜 모습으로 두 손을 입에 모으고 같은 말로 감동을 주는 사회, '10억 모으기'가 사회 첫발을 딛는 청년들의 꿈인 이 사회에서 '무소유'가 40여년을 버티고 명사의 필독서가 되는 이 양극단의 다른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는 이제 청소년이 돈의 가치 전도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고, 돈의 긍정 측면과 부정 측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청소년 말하다'의 연속으로 또 한 번 '청소년, 돈을 말하다'를
한마당의 주제로 펼친다.
우리 청소년들이 돌고 도는 돈을 어디까지 돌릴 것인가?
기대하면서 '돈'을 풍차처럼 힘차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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